어머니 심청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어려서부터 『심청전』을 접했습니다만 효와 권선(勸善)을 주제로 한 단순한 이야기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년이 되면서 심청전이 심오한 내용을 품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심청은 어떤 거듭남 또는 깨우침을 은유하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백성호 종교기자는 심청(沈淸)을 심청(心淸)으로 부르면서 심청전을 깨달음을 향한 구도기로 보고 있습니다. 즉 심청이 인당수로 떨어지는 장면을, 심청의 집착인 색(色)이 바다의 공(空)으로 들어간 색즉시공(色卽是空)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2010년6월17일 중앙일보 「현문우답」중에서)


이렇게 해석할 때, 심청전은 옛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의 현실이 되고 맙니다. 게다가 저는 어머니를 현존하는 심청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헌데 그 심청이 이제 치매에 걸렸다면 자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또 다른 신문기사를 통해 심청 얘기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돌보던 치매 할머니가 욕을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슴을 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여성 간병인이 구속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18일 오후 9시쯤 서울 중구 신당동 우모(85)씨 집에서 누워 있던 우씨의 가슴을 수차례 밟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간병인 조모(54)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조씨는 지난 3월부터 우씨 집에서 숙식하며 24시간 돌보는 간병인으로 일했다. 우씨는 남편이 6·25 전쟁 때 징집돼 헤어진 뒤 자식 없이 혼자 살아왔다. 조씨는 우씨의 조카가 고용했고 한 간병인협회가 발행한 자격증도 있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조씨는 정부보조금 80만원과 우씨의 조카가 내는 100만원까지 180만원을 받으며 우씨를 돌봐왔다.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18일 우씨가 정리정돈한 물건을 어지럽히고 심한 욕을 하자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간병을 하느라 2~3일간 잠을 못 잔 상태에서 할머니가 욕을 해 순간적으로 흥분해 폭행했다"고 말했다.」(2010년6월30일자 조선일보-'괴물'로 변한 간병인 중에서)


우씨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왔지만 형제자매가 있거나 자식이 있더라도 그들이 n분의 1 몫의 피붙이 의무 속에서 숨어산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제 부모도 어쩌지 못하거늘 하물며 돈 때문에 간병하는 사람에게서 치유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정부 보조금도 신청하지 않고 간병인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돈이 많아서도 남다른 효심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다행이 어머니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기도 하지만 어머니 치매를 심청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데 신경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어머니 치매는 당신의 깨우침을 마지막으로 재촉하시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 심청의 치매는 '나는 이제 됐으니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렴' 말씀하시는 자발적 머리 비움입니다. 아직 미욱한 아들에게 깨우침의 죽비를 치시는 소리 없는 사자후(獅子吼)입니다. 사자가 울면 여우의 머리가 깨지겠지만 앞전에 말씀드렸듯이 어머니가 복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제 복이 많습니다. 뒤틀리지 않게 키워주셔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답니다. 심청의 치매는 신문 기사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우중충한 이 사회의 이면이 아닙니다. 어미를 간병하는 자식의 눈을 뜨게 하려는 모자간의 진검 승부입니다.